세계 4위 부호이자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공동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아내 멀린다 게이츠와 27년간 이어온 결혼 생활을 끝내기로 합의했습니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빌 게이츠와 멀린다는 이날 각자의 트위터를 통해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이혼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우리 관계에 대한 많은 생각과 노력 끝에 우리는 결혼을 끝내기로 결정했다”라고 했습니다.
이들은 “지난 (결혼 생활) 27년간 우리는 3명의 놀라운 아이들을 키웠고,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생산적인 삶을 영위하도록 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일하는 재단도 설립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이 임무에 대한 신념을 여전히 공유하고, 재단에서 계속 함께 일하겠지만, 우리 인생의 다음 단계에서 부부로서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이혼에 이르게 된 이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어 구체적인 이혼 사유에 대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빌 게이츠와 멀린다는 “이 새로운 삶을 개척하기 시작하는 동안 우리 가족에게 공간과 프라이버시를 보장해달라”고 덧붙였습니다.
빌 게이츠 부부는 MS에서 만났습니다.
빌 게이츠는 자신이 설립한 회사의 마케팅 매니저였던 멀린다와 1994년 하와이에서 결혼했습니다.
이들이 1년간 데이트를 한 뒤 결혼을 할지, 헤어질지를 결정해야 할 분기점에 이르렀을 때 빌 게이츠가 침실에 있는 칠판에 결혼의 장점과 단점 목록을 빼곡히 적어놓은 것을 발견한 멀린다는 웃음을 터뜨렸다고 회고하기도 했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포브스를 인용해 빌 게이츠의 재산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1305억 달러(약 146조 원) 규모라고 전했습니다. 블룸버그는 1458억 달러(약 163조 원)로 추정했습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최고경영자(CEO),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회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다음입니다.
이번 이혼 결정에 따라 천문학적 규모의 재산 분할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금융정보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게이츠는 약 260억달러 상당의 MS 주식 1.37%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날 로이터 통신은 빌 게이츠와 멀린다 부부가 시애틀 킹 카운티 지방법원에 이혼 합의서를 제출하면서 재산을 어떻게 나눌지 합의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이혼 소식은 빌 게이츠와 멀린다가 평범한 부부를 넘어 자선·사회공헌 활동의 동반자로서 재단 공동의장을 맡아 일하며 ‘동지’의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에 더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빌 게이츠는 2000년 MS CEO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 겸 최고소프트웨어설계자로 옮긴 뒤 멀린다와 함께 질병과 기아, 불평등을 퇴치하고 교육을 확대하는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해 활동해왔습니다.
여기에 더 전념하기 위해 2008년에는 MS의 일상적 경영에서도 손을 뗐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에는 이런 재단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코로나 19 백신 개발도 지원해왔습니다.
포브스에 따르면 이 재단은 민간 자선재단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입니다.
세금 신고서를 보면 재단의 자산은 510억달러(약 57조 원)가 넘습니다.
빌 게이츠 부부는 또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과 함께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는 ‘기빙 플레지(Giving Pledge)’ 운동을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빌 게이츠는 지난해 코로나 19 팬데믹이 터지며 MS 이사회에서도 물러났습니다.
블룸버그는 “베이조스와 매켄지 스콧의 2019년 이혼 발표에 이어 최근 몇 년 새 세계 최상위 부호들 사이에서 일어난 두 번째 결별 폭탄선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베이조스와 이혼한 매켄지 스콧은 이혼 합의금으로 그가 갖고 있던 아마존 주식의 4분의 1을 받았으며, 이는 당시 기준 350억달러(약 39조 원) 규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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